트레일 브레이킹

트레일 브레이킹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이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코너 진입할 때 브레이크를 물고 들어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죠.

왜 브레이크를 물고 들어가야 할까요?

트레일 브레이킹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에요. 트레일 브레이킹은 타이어의 한계를 잘 이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죠.

트레일 브레이킹을 잘 이해하려면 그 전에 타이어의 한계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스칼라와 벡터의 차이, 벡터의 합을 이해하셔야 되는데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도록 해볼께요.

우선 스칼라와 벡터. 처음 들어보시는 분도 계실 것 같구요. 그런데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스칼라는 크기만 가지는 것을 말하고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속력이 스칼라이고 속도는 벡터입니다.

시속 50킬로미터. 이게 속력이에요.

북쪽으로 시속 50킬로미터. 이게 속도구요.

단순히 방향이 있냐 없냐에 따라 두 개념을 나눈거에요. 왜냐하면 방향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더하기 빼기가 달라지거든요.

더하기를 해볼까요?

시속 50킬로미터로 가다가 100킬로미터를 더했다면 시속 150킬로미터가 되겠죠.

그런데 북쪽으로 시속 50킬로미터로 가다가 남쪽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더하면 더하기인데도 결과는 남쪽으로 시속50킬로미터가 되요. 그럼 서쪽으로 100킬로미터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 왜 머리 아프게 벡터 개념을 만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사실 이 개념들은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배웠던 개념이에요. 벡터의 합도 배웠구요.

피타고라스의 정리.

들어보셨나요?

운전을 더 잘 하라고 우리 중학교 선생님들은 사랑의 매를 들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가르쳐주셨던 거에요. 이거랑 트레일 브레이킹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으셨을 뿐이죠.

북쪽으로 시속 50키로. 이걸 위 그림의 b라고 하고 서쪽으로 시속 50키로를 a라고 해볼께요. 그러면 저 c라고 표시되어 있는게 a와 b의 벡터 더하기 결과에요. c의 방향으로 c의 길이만큼의 속도가 되는거죠.

c의 길이를 자로 재보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피타고라스라는 분이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해놓은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요.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그린 후에 자로 재보지 않고도 속도를 계산해낼 수 있게 된거구요.

이제 벡터 합을 어떻게 구하는 지 알게 되었으니 저 그림을 조금 바꿔볼께요.

이번에는 삼각형의 세로 선을 왼쪽으로 옮겨봤어요. 파란색 선과 빨간색 선의 벡터 합이 보라색 선이 되는거에요. 북쪽으로 시속 50키로로 가다가 서쪽으로 시속 100키로를 더하면 저 보라색 방향으로 111.8킬로정도가 되요. 그냥 100이랑 50이랑 더하면 150이 되는데 111.8밖에 되지 않는거에요.


그럼 이제 벡터합을 이해하셨으니 타이어의 한계를 같이 생각해볼께요.

타이어는 보통 방향을 잘 몰라요. 가속할 때의 버티는 힘이랑 브레이킹할 때 버티는 힘, 그리고 코너를 돌 때 옆방향으로 버티는 힘이 차이가 크지 않거든요. 우선 우리는 타이어가 어떤 방향으로든 버티는 힘이 완전히 같다고 생각해볼께요.

타이어의 한계를 검은 선으로 동그랗게 표현해봤어요. 어느 방향으로나 타이어는 딱 저 선까지만 버티는거에요. 그리고 풀 브레이킹할 때 타이어에 전달되는 힘을 빨간 화살표로 표시해봤어요. 타이어에 앞쪽으로 한계에 가까운 힘이 전달되고 타이어는 그걸 버티면서 차를 뒤로 밀면서 그 힘으로 속도가 줄어들게 되요.

트레일 브레이킹이 없이 풀 브레이킹 후에 브레이크를 떼고 나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 코너를 진입할 때 타이어에 가해지는 힘은 다음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어요.

풀 브레이킹에서 앞쪽으로 타이어 한계의 힘을 가하다가 그게 점점 줄어들고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차가 오른쪽 방향으로 쏠려 타이어 한계에 다시 근접해가는 형태에요. 그림을 보니 풀 브레이킹에서 풀 핸들링 사이에 뭔가 타이어 한계에서 멀어진 채로 가는 것이 보이시나요?

다음은 트레일 브레이킹을 잘 했을 때의 그림이에요.

풀 브레이킹을 하다가 브레이크를 조금씩 떼면서 핸들을 돌려 타이어를 최대한 쓰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것만 봐도 뭔가 타이어를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인데 여기에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벡터 더하기.

브레이크를 약간만 뗐을 때를 표현해봤어요. 브레이크를 살짝 뗐으니 파란색 선이 살짝 줄어들었어요. 이렇게 살짝 브레이크를 뗐을 때 핸들링 여유가 얼만큼 생겼는지 보이시나요?

파란 선이 줄어든 길이보다 빨간 선 길이가 훨씬 길죠. 즉, 브레이크를 살짝만 떼도 핸들링의 여유가 굉장히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에요. 놀랍지 않나요?


이제 트레일 브레이킹이 많은 상황에서 왜 유리한지에 대해 알았지만 타이어는 네개나 있어서 저 원이 네개가 있다고 생각하셔야되요. 그리고 각 타이어는 저 원의 크기가 같지 않아요. 브레이킹할 때는 차가 앞으로 쏠려서 앞타이어의 원들이 커지게 되요. 심지어 타이어가 들려버리는 상황에서는 저 원이 아예 없어지구요.

그리고 차의 속도에 따라서도 저 원의 크기가 달라져요. 다운포스 때문이에요. 그리고 속도가 빨라지면 엔진이 내는 힘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악셀을 풀로 밟아아도 타이어 한계 근처까지도 못가게 되구요.

이렇게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량의 한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게 Performance Envelope, 혹은 GGV Diagram이라고 하는 그래프에요. 네 타이어의 한계를 다 더해서 차량 전체의 한계를 속도별로 표현하는거죠.

GG는 앞뒤, 양옆 이렇게 두 방향으로 발생하는 G포스를 표현하고 V는 속도를 표현해서 속도에 따른 한계를 한 그래프에 표현한거에요.

이 그래프를 보면 이 차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요. 우선 제일 바닥을 보면 완벽한 원이 아니고 뚝 짤려있는 형태의 원이에요. 가속할 때 한계를 갖는다는 이야기죠. 보통 차들은 출발할 때는 엔진 힘이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힘이 남아서 바퀴 한계를 넘어가 헛돌기도 하죠. 근데 왜 타이어의 한계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저렇게 뚝 짤려있을까요?

바퀴 네개를 다 사용하지 않고 엔진 힘이 두 바퀴에만 전달되는 차라는 이야기에요. 만약에 엔진 힘이 모자라서 잘려나간거라면 아래 사진에 빨간 동그라미 부분처럼 잘린 부분이 꺾이지 않고 부드럽게 끝까지 가야되요.

이 그래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차는 다운포스가 많은 차라는 거에요. 최고 속도에서 총 그립 양이 두배는 되어 보여요. 최고 속도에서 적어도 차 무게만큼은 다운포스가 나온다는 이야기죠. 보통 승용차들은 다운포스 보다는 고속으로 갈 수록 차가 뜨려고 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질 수록 저 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게 되요.

가로 축과 세로 축에 눈금들과 숫자들이 있으면 이 차의 최고 속도도 알 수 있고, 어떤 속도부터 풀 악셀을 밟아도 되는 지, 어떤 코너에서 얼마 정도의 속도로 돌 수 있는 지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그래프에요.

레이스에서 좋은 드라이버일 수록 저 그래프의 바깥쪽 면에 최대한 가까이 최대한 레이스 내내 붙어있는 그래프를 만들어내게 되요. 그리고 네 개의 타이어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겠죠.

액셀을 밟을 때에는 뒷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만약에 차가 뒷 그립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면 브레이크를 밟고있을 때는 뒷 그립이 훨씬 더 없어지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조금 떼도 핸들링 여유가 많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게 극단적이 되면 심지어 브레이킹을 미리 끝내놓고 엑셀을 밟으면서 코너를 들어가는 것이 더 빠른 랩타임이 나올 수도 있구요.

또한 코너링 전 후의 직선구간 길이에 따라서도 브레이킹을 조금이라도 더 늦게 하는 것이 유리할 지, 브레이킹을 일찍 끝내고 액셀을 빨리 가져가서 탈출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는 것이 유리할 지도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셔야 되요.


그럼 트레일 브레이킹에 대한 글은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할께요. 다음에 또 만나요~